이슬반의 해바라기, 그리고 식물들-2 ( 2015년05월2째 주)
<이슬반의 해바라기, 그리고 식물들-2>
“큰일 났다! 해바라기 죽었다!”
해바라기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누가 꼬집었나봐.” “어떡해?” 아이들은 찍힌 자국과 함께 쓰러져있는 해바라기를 발견하고 모여들었습니다. 며칠간 돌아보지 않은 동안 꺾여버린 해바라기 싹은 상처에서부터 시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옆에 있는 또다른 싹은 키가 커져서 바닥에 누워있었지요.
“(누워있는 싹) 이건 죽은 건 아니고 시들시들하다.” “물 안 줘서 그런 거 아니야?” “나 당번일 때 물 줬어.” “근데 그거 옛날이잖아. 물 줘야 되겠다.” “다른 식물들도 다 목마르면 어떡하지?”
아이들이 부랴부랴 이슬반에 있는 모든 화분을 한자리로 모읍니다.
“이거봐. 이것도 시들었어.” “이건 물 주면 다시 싱싱해진다. 물 안 줘서 그런거야.” “우리가 다 원래대로 살려주자!” “누운 거는 고쳐줘야 돼! 물 줘도 너무 무거워서 자꾸 누워.” “무거워서 눕는 게 아니고 좀 길어서 그런거거든?” “아니 잎이 있어서 무거워지는 거야.” “그러면 고무줄 같은 걸로 묶어서 고쳐줘야 된다.” “이건 죽은 것 같은데...”
식물들을 살피며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비슷한 상태의 식물들끼리 분류하여 각 식물들에게 필요한 것을 생각해봅니다.
1. 시들어서 물을 줘야 하는 식물들 : “물만 줘도 되는 거는 다 이쪽으로 옮겨.” “초록색이고 안 넘어져있는 거.” “물 너무 많이 주면 넘치니까 살살 줘.” “큰 나무는 물 두 번 줘야 돼. 물 많이 먹으니까.”2. 꺾이거나 누워있어서 고쳐줘야 하는 식물들 : “풀이랑 테이프로 붙일까?” “그러면 식물들 아파.” “뭘로 묶어? 고무줄? 끈?” “테이프!” “그러면 너무 딱 붙어서(안 돼)...” “그러면 고무줄로 막대기(키를 재기 위해 꽂아둔 빨대)랑 살살 묶자.” “무슨 고무줄?” “노란 고무줄은 (손목에 묶으며) 너무 아파! 해바라기도 아플거야.” “살살 묶어야 된다. 안 부러지게.”
3. 죽은 식물들: “만져봐라. 막 바삭바삭하다.” “죽은 거 아니야?” “물 주면 다시 살아날걸?” “안 살아날 것 같은데.” “나 너무 슬퍼. 죽었잖아.” “괜찮아. 식물들 천국 가잖아. 식물들의 천국.” “죽으면 묻어줘요. 다른 식물 자랄 수 있게.” “물 한 번만 더 줘보고 안살아나면 그러자.”
식물들을 분류하고 돌보던 아이들이 바싹 마른 잎을 만지며 ‘죽었다’라고 표현합니다. 물을 한 번 더 주고 초록빛으로 되살아날지 살펴보기로 결정한 후의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이 가운데 아이들은 식물들의 생명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나누게 될까요?
씨앗 기르기, 텃밭 가꾸기, 바깥놀이에서 만나는 식물 등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식물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식물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은 대부분 순간적이고, 사람 외의 생명과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은 것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관찰하고 분류하며 나눈 이야기를 친구들과 공유하여 우리와 늘 함께 하고 있는 식물들에게 다시 관심을 가지길 기대합니다. 또 이 작은 생명들과 관계를 맺으며 아이들의 마음이 같이 자라나길 기대해봅니다.